과학적 태도와 객관적 지식의 모범을 보여준 중세 수도사 요르다누스의 인도 여행기 도미니크 수도회 소속의 수도사 요르다누스 카탈라 드 세베락은 1321년부터 인도를 시작으로 오늘날의 방글라데시, 버마, 스리랑카를 방문했고 이 여정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 기록인 『신기한 것에 관한 서술(Mirabilia descripta)』은 인도의 지역 구분과 각 지역의 생산물, 기후, 관습 등을 자세하게 설명한 풍속서로, 인도에 관한 한 마르코 폴로의 설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인도를 세 지역으로 구분하면서, 사제 요한 왕국이 흑해 인근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에티오피아 근처에 있다고 언급한 초기 저작 중 하나다. 이런 주장에 근거를 두고, 유럽인들은 몽골 대신 확실한 기독교 국가인 사제 요한 왕국을 찾으러 나섰고, 이런 동기가 대항해 시대를 열었다.
과학적, 객관적 태도로 서술한 여행기, 중세인들의 세계관을 바꾸다
여행기에서 발견하고자 하는 새로운 것, 신기한 전통, 대자연과 그것이 주는 경이로움 등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여행기의 독자들은 고통스러운 삶으로부터의 탈출구, 즉 유토피아를 찾고 있는 셈이다. 중세 시대의 동방 여행기는 여행기가 가지고 있는 이런 성격을 잘 보여 준다. 중세인들은 동방에 낙원이 있으며 언젠가는 그곳에 도달하리라는 꿈을 가졌고, 이런 꿈과 그릇된 확신이 유럽인들을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로 이끌었다. 그러나 동방에 도착해 그곳에 낙원이 없음을 알게 된 유럽인들은 낙원이 동방이 아닌 다른 곳, 즉 남방이나 지하 혹은 천상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 낙원이 없는 동방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관찰과 탐구의 대상이 되었고, 과학적 관점에서 서술된 새로운 여행기들은 후일 세계를 객관적으로 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맨더빌 여행기』와 『동방견문록』이 중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다면, 요르다누스의 여행기는 중세 지식인에게 과학적 태도와 객관적 지식의 모범을 보여 준 여행기라는 면에서 의의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