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를 전후하여 최근까지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충돌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동안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충돌은 주로 유럽인의 시각에서, 그것도 당대인의 기록보다는 연구서에 기반해서 설명해왔다. 유럽인이 바라보고 기록한 십자군의 역사와는 달리, 이슬람의 관점에서 바라본 십자군은 사뭇 다르다. 우선 십자군에 관한 기록이 유럽에 비해 크게 부족한데, 이는 이슬람 세계 전체로 본다면 십자군의 활동이 좁은 지역, 즉 변방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유럽인에게 십자군은 전 유럽이 떠들썩했던 사건이었지만, 이슬람 세계에서는 유럽에서만큼 큰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일종의 ‘사료선집(selected sources)’으로 아랍 자료 전문가와 유럽 자료 전문가가 함께 작업한 결과물로, 사건의 비중과 중요성, 당대 십자군과 무슬림의 교류 등을 기준으로 사료를 선택하고, 1차에서 3차에 이르는 십자군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에 속하는 당대인의 기록을 직접 읽음으로써, 십자군과 무슬림이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십자군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