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물리적 실재를 기록하고 드러낼 때 가장 영화다워진다.” 영화 매체의 매력과 본질, 그리고 우리 시대에 대한 크라카우어의 독창적 사유 많은 논쟁을 촉발한 문제작이자 영화 이론의 지평을 180도 바꾼 기념비적 저서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문화비평가, 영화이론가, 소설가 등 다방면에서 역량을 발휘한 종합 지식인이자 탁월한 에세이스트 지크프리트 크라카우어의 대표작 『영화의 이론』(김태환, 이경진 옮김)이 번역 출간되었다. 유대계 독일인이던 크라카우어는 나치의 박해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뒤 세 권의 주저를 집필하는데(『칼리가리에서 히틀러로』와 『영화의 이론』, 그리고 유작인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 특히 이 책 『영화의 이론』은 영화 비평과 이론의 지평을 180도 바꾼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받는다. 크라카우어는 영화 매체 고유의 특성을 탐구하는데 그가 보기에 영화의 본질은 가시적인 혹은 잠재적으로 가시적인 물리적 현실을 기록하고 드러낸다는 점에 있었다. 크라카우어는 300여 편에 달하는 영화들을 사례로 제시하며 영화의 세부 요소들을 고찰하면서 자신의 테제를 구체적으로 입증해 보인다. 한때 크라카우어의 이론은 지나간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거나 ‘순진한 리얼리즘’ 이론이라는 식의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영화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생리학적 접근 방식과 같이 선구적인 사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영화 연구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읽히고 있고,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재발견되고 있는 책이다. 그가 루돌프 아른하임, 벨라 발라즈, 앙드레 바쟁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초창기 영화 이론가로 호명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서나, 벤야민, 짐멜 등과 마찬가지로 근대성과 대중문화를 사유한 주요 문화사회학자로서 학문적 중요성을 지닌다는 점에 비출 때 국내에서는 다소 늦게 소개된 감이 있다. 하지만 2012년 『역사: 끝에서 두번째 세계』가 소개되고 2022년에 『칼리가리에서 히틀러로』가 소개된 데 이어, 이제 드디어 『영화의 이론』이 번역 출간됨으로써 크라카우어의 후기 대표작이 모두 한국어로 완간된 셈이다. 더욱이 바이마르 시대에 저술한 초기작들도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하니, 크라카우어에 대한 보다 활발한 독서와 입체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