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우데모스 윤리학 (문명 텍스트 14; 한길사, 2012년) -지은이: 아리스토텔레스 -옮긴이: 송유레
『에우데모스 윤리학』은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함께 전승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저술로, 오랫동안 진작 논란이 있어왔으나 현재 진작으로 인정받는 추세이다. 전 8권으로 이루어진 『에우데모스 윤리학』의 제4∼6권은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제5∼7권과 겹치며, 이러한 구성의 특수성은 두 저서의 관계에 대한 물음을 제기해왔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와는 달리 하나의 일관된 행복관을 개진하고 있다.
서양 고대 윤리학사에서 소크라테스와 그의 후예들이 통상적인 행복관에 ‘역설의 윤리학’으로 도전했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상식의 윤리학’을 옹호했다. 철학적 반성을 통한 상식의 완성이라는 그의 ‘현상구제적’ 방법론은 현대의 윤리학자들에게 재조명되고 있으며, 실제로 현대 덕윤리학의 약진은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르네상스와 맞물려 있다.
『에우데모스 윤리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성격의 덕과 지성의 덕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덕의 실현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점에서 그는 포괄적인 행복론을 표명한다. 하지만 성격의 덕보다 지성의 덕을 우선시하며, 지성의 덕의 실현에서도 실천적 지혜의 수행을 신(神)의 이론적 관조에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관은 다수의 독립적인 목적들이 추구되는 ‘병렬적 포괄주의’가 아니라, 목적들이 위계적으로 상호 연계되어 있는 ‘정합적 포괄주의’로 규정될 수 있다.
이 책에서 윤리학은 ‘정치학’으로 제시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의 정치학’은 고립된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도시국가(Polis)의 구성원인 시민의 행복을 논한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민은 인간사를 초월한 신적인 행복의 경지를 지향한다. 이 점에서 행복은 도시에 건립된 신전(神殿)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에우데모스 윤리학』은 그러한 행복의 신전을 설계하고 구축하는 삶의 건축학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