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교류와 충돌: 문명사의 열여섯 장면(문명공동연구 3, 한길사, 2013년 5월) -지은이: 성해영, 이경하 외(총 16명)
우리는 넘쳐나는 정보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목격하며, 변화하는 현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지구촌이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 사용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세계는 매우 가까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상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으며, 우리의 미래는 점점 더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역사·철학·정치·경제 등 우리의 삶을 이루는 문명을 바탕으로 인간사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하다.『문명의 교류와 충돌』은 국가 간 교역과 전쟁, 정치적 사건, 장기적인 사회 변화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문명의 만남과 갈등을 통해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에 주목한다. 인류 문명사는 이질적인 문명들이 끊임없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충돌하는 역사였다. 그 만남은 동양 대 서양, 중심 대 주변으로 단순화하기에는 한편으로 너무도 크고, 다른 한편으로 너무도 은미하다. 문명의 만남은, 여러 문명들이 서로 어우러져 한편으로 갈등하고 경쟁하지만 동시에 공존하고 융합하는 과정이다. 태극의 음과 양처럼, 이질적인 것들은 서로 어울려 끊임없이 생과 극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낸다. '교류와 충돌'은 문명들 간의 대등한 만남을 이야기하려는 틀이다. 국가 간 교역과 전쟁, 정치적 사건, 장기적인 사회·문화적 변화와 같은 큰 규모의 사건에서부터 한 개인의 독서와 같은 지적 탐구에 이르기까지, 문명의 교류와 충돌은 일상에서 끊임없이 일어난다. 문명들은 그 만남을 통해 질적으로 변화한다. 우리의 관심은 몇몇 핵심 문명이 지니는 위대함이나, 이른바 중심에서 주변으로의 문명 전파를 다루는 데 있지 않다. 문명이 한 방향으로 전파되고 수용된다고 보기보다는, 이질적인 문명들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만남의 과정에 주목했다. 경계를 넘는 문명 간 만남뿐만 아니라, 단일한 문명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질적인 요소들의 교류와 충돌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서구 문명과 비서구 문명의 갈등'과 같은 단순한 관점을 지양하고,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여러 문명들의 만남 그 자체에 주목해 문명이 무엇인지를 이해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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