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 히데요시는?
16세기 일본 사회는 이른바 전국戰國시대로 통칭되는 혼란과 분열, 그리고전쟁의 시기였다. 다채로운 출신과 다양한 특색을 가진 여러 ‘군웅’들은 전국 각지에 할거하면서 서로 간에 물고 물리는 각축전을 벌였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무사 이외에 오사카를 본거지로 삼은 혼간지처럼 일반 민중 세력을 기반으로 한 사원 세력조차 존재하였다. 이러한 전국 시대는 16세기 후반 오다 노부나가와 그의 후계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의하여 종말을 고한다. 그러면 전국 시대라는 희유의 혼란을 극복하고 전국 시대를 통일할 수 있었던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란 과연 어떤 인물인가? 에도 시대 일본 민중들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그리고 히데요시의 뒤를 이어 일본을 장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 세 인물을 빗대어 다음과 같은 하이카이를 만들어 내었다.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지, 두견새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지, 두견새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리지, 두견새
하이카이는 정통 렌가에서 파생된 유희성이 강조된 집단 문예 양식으로서 후일 완성된 하이쿠의 원류인데, 첫째 구절은 노부나가, 둘째 구절은 히데요시, 셋째 구절은 이에야스를 각각 가리킨다. 에도 시대 민중들은 5.7.5로 이루어진 이 하이카이를 통하여, 기존 권위에 맞서 이를 부정하고 ‘강압과 폭력을 통하여’ (죽여 버리지)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나간 노부나가, ‘온갖 재주와 각종 수단을 동원하여’ (울게 만들지) 자신의 목적한 바를 성취한 히데요시, 힘든 역경 속에서도 ‘끝까지 참고 인내하여’(울 때까지 기다리지) 원하는 바를 이룬 이에야스를 실로 훌륭히 표현하였다. 하나의 문장으로 이보다 더 세 사람의 개성을 압축하여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편역의 동기
또한 당초 본서를 작성하는 데 밑바탕이 된 [프로이스 일본사]는 2000년대 초중반 편역자가 전남대 사학과에 부임한 당시 대학원생과 학부 학생들에게 일본어를 공부시키기 위해 함께 읽던 스터디 모임의 교재였다. 처음부터 이 책을 번역할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막상 읽다 보니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널리 소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외국인으로서 16세기 일본 사회를 바라보는 프로이스의 관점은 역시 ‘외국사’로서 이 시대를 전공하고 있는 필자에게도 많은 자극을 주었다.
편역의 범위
본 편역서는 일본 중앙공론사에서 발간한 [프로이스 일본사]를 주로 참조하되, 국내에서 발간한 두 종류의 서적, [임진난의 기록-루이스 프로이스가 본 임진왜란], , [프로이스의 [일본사]를 통해 다시 보는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 과 Robin D. Gill의 편역서(Topsy-Turvy 1585 -a translation and explication of Luis Frois S.J.’s TRATADO listing 611 ways Europeans & Japanese are contrary-,Paraverse press, 2004)를 참고하였다. 특히 국내에서 출간된 두 서적과의 중복 번역을 피하여 ‘임진전쟁’ 이후 부분은 생략하였고 무엇보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인물상이나 당시 일본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내용을 위주로 하여 구성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