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에서 찬사가 풍성해질수록 반대편의 멸시 또한 맹렬해지는 미술, '어째서 예술은 설명되어야 하는가'에 관한 따분한 물음에서 위반과 확장,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가들을 책에서 만난다!
오늘날의 미술은 상충하는 의제들과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중첩되어, 비난과 찬사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원칙만큼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 같다. 작품이 확립된 규범들로부터 이탈하는 정도에 비례하여 감정적 반응들도 불꽃처럼 타오른다. 한편에서 찬사가 풍성해질수록 반대편의 멸시 또한 맹렬해진다. 오늘날의 미술가들은 한때 미술에서 근본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관습들을 위반한다. 그들의 작품은 다음과 같은 물음을 제기한다. 어떤 것이 좌대 위에 놓여 있지 않거나 벽에 걸려 있지 않다면 그것은 미술인가 아닌가?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면? 그것이 만약 어떤 영감을 받은 순간의 산물이 아니라면 어떤가? 그것이 지속적이지도 않고 즐거움을 주지도 않는다면? 시각적 자극이 미술가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라면 어떻겠는가?
이 책은 분명 그런 물음들에 대해 언급하지만, 통상적인 미술사 개괄 식의 접근은 피하고자 한다. 이 책은 사조의 구분을 없앴다. 오늘날 미술가들은 양식보다는 주제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더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구성적 도식으로서의 매체를 뺐다. 많은 현존 작가들이 다중적인 표현 수단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한 편리한 틀의 하나인 연대기를 거부한다. 20세기 후반의 미술은 너무나 빨리 변화하고 너무나도 다각화되고 있어서, 질서 정연한 진행과정으로 깔끔하게 정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으로, 이 책은 미술사적 선례들에 대한 탐색이나, 어찌할 수 없으리만큼 복잡한 이론적 담론에 기대어 작품을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에 설명들은 미술을 새로운 영역들로 이끌어간 친근한 경험과 공통된 장면에 기초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표준적인 미술 행위를 벗어난 35개의 이탈들이 각기 한 명의 특정한 미술가와 연관되어 탐구되고 있다. 이 미술가들은 모두 괄목할 만한 평판을 얻은 작가들이다. 그러나 미술계 내에서 통용되는 그들의 신용장이 보다 폭넓은 청중에 대한 의무를 저버렸다는 비난을 면제해주지는 않았다. 그들 대부분이 미술을 너무나 급진적으로 변형시킨 바람에, 그들이 제작한 작품의 의미를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책은 그들 작품의 낯설음이 대중을 모욕하기 위해 의도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쾌하게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