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는 예루살렘, 로마와 더불어 중세 시대의 3대 순례지였다. 1215년 제4차 라테라노 공의회 이후 고해가 의무화되고 중죄에 대한 벌로 순례가 부과되면서 산티아고 순례는 전성기를 맞았고, 종교개혁 이후 그 열기가 시들기는 했으나 산티아고로의 순례는 계속되었다. 12세기에 산티아고로의 순례를 활성화하여 에스파냐 북부 지방에 기독교를 확산시키려는 의도로 칼릭스투스 2세가 편찬하게 한 『산티아고 순례 안내서』는 성 야고보 숭배와 산티아고 순례의 확산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티아고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순례길, 경유하는 지방에 대한 소개, 순례길의 성인과 유물들, 산티아고 성당, 순례 이후의 활동 등을 담고 있는 이 책은 내용도 간단하고 중점적으로 소개되는 지역도 남부 프랑스여서 오늘날의 순례 안내서와는 다르다. 오늘날 안내서들이 순례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 제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반면 이 책은 순례길에서 만나는 성지와 성인들 그리고 순례자의 속죄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인데, 이런 면에서 산티아고 순례가 갖고 있는 본래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