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손룡이 활동하던 시대는 세상의 질서와 혼란을 결정하는 요체가 무엇인지 공적인 논의가 뜨겁게 유행하던 시기였다. 공손룡은 이름[名]과 실질[實]의 관계가 올바로 정립되는 것이 바로 성인의 치세(治世)를 만드는 기초가 된다고 믿었다. 공손룡이 말한 ‘名’은 단순한 이름, 지칭, 술어, 언어 등에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삶과 경험, 역할과 책임의 도덕적인 총체를 뜻했다. ‘實’ 또한 그것에 기초하여 해석되어 그 사람의 생애와 신분의 특정 시기에 차지하고 있던 자리[位]에 올바른 이름이 맺어지는 것을 ‘實’이라고 보았다. 치세를 실현할 수 있도록 올바른 이름을 정립하기 위해 공손룡은 사람들에게 실질을 올바르게 가리켜서 말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권고하였다. 공손룡은 그것을 당시의 일상어를 사용하여 쉬운 예를 통해 논증하려고 했고, 그 논증 과정이 이 책에 수록된 「백마론(白馬論)」, 「견백론(堅白論)」, 「지물론(指物論)」, 「명실론(名實論)」 등으로 정리되었다. 언어의 시제, 상태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기 힘든 중국 문자의 영역에서 좀 더 치밀한 ‘논변’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사물을 가리키는 명명의 다양함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공손룡자』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